[2023년 3월에 파송을 받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모잠비크에 뿌리를 내린 '송요한/한혜영 선교사 가정'의 '예수님과 동행하는 모잠비크 이야기'(Walking with Jesus in Mozambique)입니다.]
2023년 12월 24일
여느 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마푸토 북쪽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위치한 샤이샤이를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이상범) 목사님이 운전을 하시고, 조수석에 앉아 목사님과 한 주의 이야기를 나누며 샤이샤이로 가고 있었습니다.
약 30분 정도 번화한 곳을 지났을 때 쯤, 도로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향하는 크고 작은 차들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차가 많아지니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아슬아슬하게 추월하는 차들도 늘었고, 대형 트럭들도 많아서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면서 (예배 시작 시간인) "아홉 시 전까지 샤이샤이 교회에 도착할 수 있겠지요?" 대화를 나눴습니다. 목사님도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도착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곳, 모잠비크의 연말연시의 상황과 모습을 설명해주셨고, 새로운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뚜에는 최근 많은 도시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경제의 중심에는 모잠비크 현지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잠비크를 돕는 사람들이 아닌, 모잠비크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 사람들로 인해, 여전히 현지인들은 자국의 수도에서마저 '주변인'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외국인들은 연말이 되면 다들 고향 또는 휴가지에 가기 바빠집니다. 외국인 사업자들과 기업의 대표들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고용주의 휴가에 맞춰 직원들도 장기간의 휴가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되면서, 정부의 주요기관에서도 연말이면 대부분의 행정이 멈추고, 이듬해 1월까지 모잠비크 전체가 그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는 몇 가지의 문제들을 초래합니다.
첫째는, '경제'입니다. 휴가로 인해 들뜬 현지인들은 각 가정과 마을에서 축제(Festa)를 즐깁니다. 문제는 그들의 재정 상태가 넉넉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 번의 큰 축제를 위하여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밤 새, 술과 음식과 음악과 사람으로 가득한 축제'를 위해 무리하게 지출을 하고, 그로 인해 한 해를 또 다시 가난하게 시작하는 악순환을 계속합니다.
둘째는, '치안'입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들뜬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에 담대해집니다. 올 해에도 센터의 게이트 앞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이거나, 들어오고 나가는 차를 주시하거나 돌아보는 등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외국인들은 연말 연시에 범죄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셋째는, '교통'입니다. 생계를 위해 남아공 살이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음식과 선물들을 싸들고 돌아옵니다. 그러다보니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하나뿐인 모잠비크의 도로 현실은 더욱 어지러워집니다. 동시에 많은 교통 사고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날에 발생한 일은 교통과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을 갔을 때 쯤, 갑자기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여야만 했습니다. 앞 쪽에 차들이 빼곡히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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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우고 잠시 기다리면서 막힌 도로가 뚫리길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막혀 있는 차로를 어떻게든 지나가고자, 하나 뿐인 반대 차선까지 진입했고, 양방향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도로는 '점입가경' 그야말로 꽉 막힌 곳이 되었습니다.
5분 10분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 "샤이샤이 교회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과연 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목사님은 현지 예배 인도자에게 오늘 도로 사정으로 인해 예배에 갈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하셨고, 차를 우회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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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차선도 이미 차들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서행으로 차를 돌려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고민했더라면 꼼짝 없이 그 안에 갇혀있다가 한인교회 예배마저도 드리기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꽉 차 있는 차들을 피해 돌아오는 길.. 경찰들이 보였습니다. 분명 앞쪽에는 수 백 대의 차들이 멈춰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출동하는 경찰들은 조금도 급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그랬다는 듯 천천히 현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12월 24일. 그 날은 현지 교회에서 '성탄주일 예배'를 드리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제게는 첫 번째 성탄주일 예배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고, 특별한 선물을 기다리며 더욱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교회를 향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기뻐하는 웃음은 한 주 미뤄야 했습니다. 성탄절의 참 의미를 되새기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는 기회도 한 해 미뤄야 했습니다.
그 무엇도 단언할 수 없고, 늘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이 곳,
이 곳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땅, 우리의 선교지, '모잠비크'입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성탄절이 무슬림의 영향으로 '가족의 날'이 된 모잠비크가 성탄의 기쁨을 알게 하옵소서. 그리스도인의 영향력이 죄와 세상의 영향력을 이기게 하옵소서.
연말연시에 더욱 가난과 위험과 방탕에 젖어드는 이 나라와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주님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주님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는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모든 예배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역사가 계속되게 하옵소서. 상황과 환경은 예배를 방해할지라도,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예배자들이 곳곳에서 세워지게 하옵소서.
주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이 땅을 향하여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는,
한국의 모든 동역자와 중보자 분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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