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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한잔

Writer's picture: KWANGHEE KIMKWANGHEE KIM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햇살은 굉장히 뜨겁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물건들이 금방 공장이 납니다.

옷을 널어 놓으면 바싹마르기는 하지만 옷의 색이 바래고 금방 옷이 해어집니다.

자동차를 한낮에 그늘에 세워놓지 않으면 핸들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 집니다.

물건들을 그늘 창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몇일 지나지 않아 금방 고장이 나버립니다.

이렇게 모잠비크 햇살은 무섭게 뜨겁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저런일로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사역을 할 때가 있습니다.

모래길을 걷거나 그늘이 없는 곳에서 한참을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흐르고.. 몸은 지치고.. 입은 바짝바짝 마릅니다.

한국의 더위는 좀 짜증(?)나고 불쾌한 더위라면, 모잠비크는 힘이 빠지고 진이 빠지는 듯한 더위입니다.

이런 날씨와 상황이 오면, 일단 그늘을 찾아 쉬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지친 몸을 다시 살려주는 약이 있습니다.

시원한 콜라한잔입니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콜라를 먹을 일이 두가지 음식을 먹을 때 밖에 없었습니다.

치킨과 햄버거를 먹을 때 꼭 콜라를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느끼한 음식과 먹는 콜라는 느끼함을 잡아주고 소화도 도와주는 아주 맛있는 음료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프리카에 와서 아주 뜨거운 햇빛 아래서 먹는 그 약과 같은 콜라의 맛은 글로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경험을 줍니다.

그 청량감은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코카콜라 CF에서 부시맨이 콜라병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프리카에 와서야 그 장면이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콜라가 얼마나 유명하면,

사람들이 '돈좀 주세요' 라는 표현을 '콜라좀 사줘요'라고 하겠습니까?

그만큼 아프리카에서 콜라는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콜라 한잔의 맛입니다.


한번은 현지교회에 방문하여 설교를 하고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현지교회 지도자가 나를 위해 먹을 것을 준비했다며 비스켓과 음료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님 좋아하시는 코카콜라를 준비했다며 시원한 콜라를 준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그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비스켓과 콜라 한잔이지만, 이들의 삶의 수준을 보면 결코 가볍거나 쉬운 대접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을 전하기에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자칫 선물을 잘못 고르면 마음이 전달되기 보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 관심없음'을 들켜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못 먹는 음식이나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물건들을 받게 되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선물은 그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지만, 잘못된 선물은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선물의 금액보다는 그 선물을 통해 선물을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정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현지교회에서 대접해준 콜라 한잔이 바로 그 사랑이 담긴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접을 받으면서 성경의 두 인물이 생각이 났습니다.

전재산 두렙돈을 헌금했던 과부(막 12:41~44)와 예수님의 발에 향유옥합을 깨뜨린 마리아(요 12:1~8)였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께... 예수님께... 진정한 마음의 예물을 드린 두 인물이었습니다.


제가 그날 아프리카 시골 교회에서 그 대단한 사람들을 만난 것입니다.

주님께 마음의 예물을 드릴 줄 아는 성도들...

어쩌면 어줍잖은 설교로 그들을 가르치겠다고 떠들던 선교사보다..

목회자를 위해 마음의 콜라한잔 대접한 그 성도들의 모습이...

우리 주님을 더욱 기쁘게 해드렸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저의 모습은 늘 부끄럽지만, 이런 성도들과 생활하는 목회자, 선교사이기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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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의 용납과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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